화산암


Volcanic rock
 

화성암 중에서 비현정질(aphanitic)로 된 암석을 이르는 말이다. 분출암(extrusive rock)이라는 표현도 쓴다. 대부분의 화산암은 지표에 분출하여 쌓인 암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으며, 지하에서 굳었지만 환경에 따라 비현정질이 나오기도 한다. 


특징

▲ 비현정질 조직을 보여주고 있는 현무암.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입자를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

▲ 현무암을 편광판을 겹쳐 본 단면. 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광물이 빼곡히 들어찬 배경(석기, groundmass)에 큼직큼직하게 자란 감람석 반정(phenocrysts)이 눈에 잘 띤다.


보통 광물이 0.1 mm 혹은 그 이하의 크기로 나타나면 야외 조사에서 광물을 식별할 수가 없다.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이 너무 작아서 이를 식별할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비현정질(aphanitic)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광물이 없고 유리질로 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흑요석. 그리고 이런 비현정질 조직을 갖는 암석을 화산암이라고 부른다.반드시 암석 전체가 비현정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에 큰 광물이 박혀있을 때도 매우 흔하다. 위 두 번째 사진에서 보듯이 전체적으로는 비현정질이지만 중간에 완전히 크기가 다른 큰 광물이 박혀있는 경우가 있다. 사실 암석 전체가 비현정질인 경우보다 이런 식으로 큰 광물이 박혀있는 경우가 더 흔한데, 광물 크기가 이봉형(bimodal)이라고 말한다. 분포가 두 개의 봉우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 결정 크기가 더 큰 쪽을 가리켜 "반정"이라고 부르고, 작은 쪽을 가리켜 "석기"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조직을 반상조직이라고 부르는데, 화산암에서는 특히 흔한 조직이다. 반상 조직 중에서 작은 쪽이 특히 비현정질일 경우가 화산암이 된다. 어떤 경우는 반정의 함량이 무척 높아서 부피비로 50% 이상이 반정으로 된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화산암으로 분류한다.





형성원리


현정질과 비현정질은 사실 쉽게 말하면 광물의 개수와 크기를 생각해야하는 문제이다. 현정질 혹은 조립질의 암석은[8] 광물의 개수가 적고 대신에 각 결정의 크기는 크다. 반대로 비현정질은 광물의 개수는 (너무) 많지만 각각의 결정 크기는 무척 작다. 이를 좀 더 암석학적으로 말하면, 조립질 암석은 광물 성장(crystal growth)은 잘 일어난 반면에 결정핵생성(nucleation)은 억제된 것이며, 화산암은 반대로 광물 성장은 어렵지만 결정핵은 많이 만들어진 경우에 속한다.이를 결정하는 것은 용융체와 주변 환경의 온도 차이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과냉각 정도(ΔT)에 의해 결정된다. 광물은 용융점에 도달했다하여 곧바로 결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온도가 광물의 용융점보다 어느 정도 이상 떨어져야 비로소 만들어지게 된다. 이는 광물이 성장하기 위한 씨앗, 즉 결정핵이 표면적이 부피에 비해 매우 크기 때문에 표면에너지가 매우 높아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이상 과냉각이 되어야만 이 불안정 영역을 넘어서서 안정적으로 결정을 쌓아올리게 된다. 한편 광물의 성장은 새로운 물질이 곧잘 공급되어 결정이 자라날 때 영양결핍이 되지 않도록 유지해줘야한다. 이는 확산이 잘 일어나야함을 의미하는데 확산은 보통 온도가 높으면 더 잘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과냉각도가 낮으면, 확산을 통한 광물 성장은 잘 일어나지만 온도가 높아서 결정핵이 쉽게 부서지게 된다. 그래서 마그마에서는 결정핵을 새롭게 형성시키는 것보다 기존에 자라던 광물이 더 자라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런데 과냉각도가 커지게되면 확산은 점점 억제되는 반면에 결정핵은 쉽게 안정화되기 때문에 결정핵은 많이 만들어지는 반면에 이들이 다른 곳에 이동하여 광물을 덧자라게 해주지는 못한다. 보통 화산암은 화산 활동의 산물이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뿜어내는 용암이 가장 전형적인 화산암을 만드는 기작이다. 지하의 마그마에서야 과냉각도가 낮아서 결정 몇 개가 큼직큼직하게 자라고 있었겠지만, 지표로 뿜어져나오게 되면 과냉각도가 급격히 커지면서 광물 성장이 억제된다. 이 때 암석이 굳어가면서 광물은 재빨리 결정핵을 우수수 만들어내게 된다. 이 때문에 아주 작은 광물 결정이 무척 많은 비현정질 조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참고로, 화산쇄설물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암석은 화산암과 구분하기도 한다. 보통 넓은 의미의 화산암은 화산쇄설물과 용암을 모두 포함하기도 하지만, 화산암은 비현정질의 암석을 말하는 반면, 화산쇄설암(pyroclastic rocks)은 작은 화성 기원의 파편이 응집된 것을 말한다. 두 암석은 그 조직이 상이하며, 화산쇄설물이 모이는 조직을 특히 쇄설질(fragmental)이라고 구분한다. 





화산암의 분류

▲ 전형적인 총알칼리 도표(Total Alkali-Silica Diagram)의 모습. X축에는 SiO2의 질량비(%)를, Y축에는 Na2O와 K2O의 질량비(%)를 합한 값을 입력하게 된다.


‌전암 분석(Whole-rock analyses)자료는 보통 전체 성분을 100%라고 놓고, 1% 이상의 질량비를 차지하는 산화물 성분을 나열하게 된다. 이 중에서 SiO2와 Na2O, K2O 세 성분의 질량비를 위의 도표대로 넣어, 해당 점이 어느 영역에 찍히는 지를 판단, 암석의 이름을 결정하게 된다.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암석 계열인 현무암, 안산암 그리고 유문암은 총알칼리 도표에서 가장 알칼리 함량이 낮은 아래 영역의 계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계열의 경계선을 보면 기준이 SiO2 질량비가 각각 45%, 52% 그리고 63% 정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계를 따라 왼쪽부터 차례대로 초고철질, 고철질, 중성질, 그리고 규장질 화산암이라고 부르게 된다.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 BADR 계열을 가리켜 준알칼리 계열(subalkaline series)이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섭입대 화산암이 보통 이 준알칼리 계열에 들어가게 된다.한편 이보다 알칼리 함량이 높은 화산암은 (당연히) 알칼리 계열(alkaline series)이라고 부른다. 알칼리 계열은 여러 수준이 알려져 있는데, 보통 조면현무암(Trachybasalt) 영역에서 조면암(trachyte)로 나아가는 계열과, 바사나이트(basanite) 내지는 테프라이트(tephrite) 계열에서 향암(phonolite)으로 넘어가는 계열이 잘 알려져 있다. 비록 알칼리 계열에서 시작할지라도, 규소 함량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조면암에서 유문암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때 만들어지는 유문암은 유문암의 넓은 영역 중에서도 알칼리가 높은 쪽에 분포하므로 특별히 알칼리유문암이라고 말한다.참고로 이 정의는 생각보다 확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명명법이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 이전의 연구 결과나 그 논문을 보게 되면 기이한 암석 이름들이 나타날 수 있다.